21세기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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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油가 부른 리비아 내전의 또 다른 참상
글 : 이희수
2021.04.20
2011년 3월 촉발된 리비아 내전이 벌써 10년을 넘어가고 있다. 
현재 수도 트리폴리에 들어선 유엔이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국민통합정부(GNA)와
동부 투브루크에 거점을 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 주도의 리비아국민군(LNA)이라는 
두 개의 정부가 서로 외세를 끌어들여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50여 개 부족과 종파그룹들도 각자 유리한 생존 방향에 따라
곡예사 같은 줄타기를 하고 있다.
 
2010년 아랍민주화 시위로 촉발된 21세기 벽두의 중동 3대 국제적 내전은 시리아, 
예멘, 리비아 사태다. 시리아는 아사드 독재정권의 존속과 러시아의 승리로 거의 귀결됐고, 
예멘 내전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나온 미국의 불개입 선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열세로 서방 측의 승리가 물건너간 형국이다. 
앞의 두 내전은 원유보다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역내 패권다툼이 걸려 있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격화된 국제적 갈등이었다.
 
그러나 리비아는 지중해를 끼고 남부 유럽과 거의 일일생활권에 있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다. 
민주화나 자유, 지역 안정 같은 판에 박힌 개입 명분조차 내세우지 않고 서구가 민낯을 드러내며 
경쟁적으로 다투는 배경이다. 
물론 리비아 내전의 근본 원인은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철권통치 기간 중 누적된 지역, 
종파, 종족, 군벌, 테러조직, 세대 간 갈등, 청년실업 같은 구조적 모순이 중층적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카다피라는 독재자를 제거한 후, 사후 안정책 마련에 실패하고 또 다른 독재자를 
키워나가는 서방의 태도가 과연 옳았을까’를 스스로 고뇌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독백에 
훨씬 의미 있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 제거를 위해 나토가 일찌감치 군대를 보내면서 개입의 포문을 열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리비아 원유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1960년부터 2005년까지 아프리카 내정에 46차례에 걸쳐 군사적으로 개입한 
아프리카 식민 경영의 최대 가해자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인 공격 태도를 보였다. 
이집트는 이스라엘, 그리스, 키프로스, 이탈리아, 요르단 등 지중해 연안 6개국과 함께 
2020년 9월 ‘동지중해 가스포럼(EMGF)’ 협정에 서명하고, 천연가스 생산 및 
수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들은 동부의 하프타르 군벌 정권에 협력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 위협을 느낀 터키는 군대까지 보내면서 반대 진영인 트리폴리 정부의 
최대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집트에 근거를 둔 친이슬람 성향의 무슬림형제단을 둘러싼 노선 차이도 양측을 갈라 
세우는 한 요인이다. 
그 결과 유엔 이탈리아 터키 카타르 등은 트리폴리 정부를, 프랑스 그리스 러시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은 동부의 하프타르 군벌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방관자 역할로 사태 추이에 따른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 
당초 미국은 유엔 결정에 따라 트리폴리 정부를 지지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갑자기 반대 측인 하프타르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미국 시민권자이고 군사적 실세인 하프타르 장군의 집권이 자국 이익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석유 부국 리비아는 결딴났다. 리비아와 아프리카를 떠난 수십만 명의 
난민이 지중해 죽음의 보트에 올라탔고, 무고한 시민들만 매일 극단적 고통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에게도 리비아는 사막 대수로 공사의 성공 신화가 살아 숨 쉬는 기회의 땅이다. 
리비아에 새로운 민주적인 정치체제가 들어서기를 진정으로 원한다. 
그러나 어떤 정권이 들어서고 어떤 정치체제를 선호할 것인가는 오로지 리비아 국민이 
선택할 문제다. 그들이 쟁취할 새로운 민주국가 건설은 외세 개입이 멈추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다. 
지난 3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스테파니 윌리엄스 유엔 리비아 특사의 중재로 
두 정부 당국자가 전격적인 휴전협상에 서명하고 오는 12월 24일로 예정된 총선까지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10년의 내전을 종식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기를 고대해 본다.
 
 
 
 
    글 :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