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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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이익 다투는 새로운 전쟁 시작된 중동
글 : 이희수
2021.03.24
아랍과 이스라엘은 최근 들어 평화와 협력의 길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랍에미리트(UAE)를 필두로 바레인, 수단,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수교했고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가 뒤따를 준비를 하고 있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동참한다면 전혀 새로운 중동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이스라엘과의 화해 국면은 치열하게 싸우던 카타르와 사우디 관계를 정상화시켰고, 
터키와 이집트 관계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이제 모든 갈등의 근원이었던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위한 생존권 확보라는 과제만 남았다. 
쉽지는 않겠지만 평화가 그만큼 가까이 왔다는 이야기다. 
이런 세기의 변화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재러드 쿠슈너다. 
쿠슈너가 일찌감치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한편 이스라엘과의 협력 강화는 주변 아랍국가들끼리의 경쟁과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수에즈운하 통과 여부를 둘러싸고 이집트와 UAE 간에 벌어지고 있는 
에일라트-아슈켈론 파이프라인(EAP) 협력 프로젝트다. 
UAE 원유를 홍해 쪽 항구 에일라트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육로로 254㎞ 북쪽에 있는 이스라엘의 지중해 항구 아슈켈론으로 수송하는 프로젝트다. 
그곳에서 다시 원유의 주요 소비처인 유럽 시장으로 직접 공급하게 되면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시간 절약은 물론 연료와 원가 절감을 가져와 
연간 1조원가량의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EAP가 본격 가동되면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등 다른 걸프 산유국들도 
이 루트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고,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로 향하는 주요 
물류 루트로도 안성맞춤이다. 
이미 양국 회사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공동사업 체계를 출범시켰다.
 
이스라엘의 비밀 국가전략 사업으로 관리돼 왔던 EAP 프로젝트는 
사실 1968년 이란 석유를 유럽으로 수송하기 위해 이란과의 공동 출자로 출범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오히려 이스라엘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UAE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1979년 최초로 이집트와 수교하면서 중동에서의 단단한 입지 구축에 성공한 이스라엘이 
지금은 EAP 사업으로 이집트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중동 정치의 복합적인 현주소다.
 
EAP로 인해 이집트는 심각한 경제위기 국면에 돌입할 것이다. 
우선 수에즈운하 통과 무역량이 16%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에즈운하 통과 수입은 관광수입, 이집트 해외노동자 송금에 이어 
이집트 외환보유액의 3대 축을 형성하는 핵심적 재원이다. 
수에즈운하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수에즈운하 통과 수익만 56억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 컨테이너 선박의 24%가 통과하고 아시아 유럽을 잇는 선박의 100%가 수에즈운하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위기로 2020년 이집트 관광수입은 40억달러로 전년도 130억달러에
비해 69% 감소했다. 
노동자들의 해외 송출도 중단되면서 수에즈운하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집트 정부도 수에즈운하를 지키기 위해 비상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25만t 이상인 대형 선박의 통행세를 40% 인하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고, 
수에즈운하 일대의 480㎢를 자유경제지대로 선정해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전환했다.
 
이집트의 고민은 경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안보 위상의 변화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이집트는 미국, 이스라엘과의 삼각 안보축을 중심으로 아랍 산유국의 이익을 
담보하는 아랍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철저한 미국 의존에서 탈피해야 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 군부정권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이후 이집트는 
군사적 다변화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2015년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35대를 구입했고, 
최근에는 미국이 최신예 전투기 F-35의 이집트 공급에 난색을 표하자 
바로 러시아산 수호이-35 24대를 구매하기로 하면서 미국과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동의 적대감이 희석되면서 중동에선 이제 자국 이익을 다투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글 : 이희수
 
    -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