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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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영묘(靈廟) 문화, 수니·시아 종파문제 아니다
글 : 이희수
2020.10.26

지난 9월 29일 쿠웨이트 국왕이 사망하자 그의 조촐한 장례식과 공동묘지에 묻힌 
소박한 흙무덤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졌던 14년 절대왕정 최고 통치자의 장례치고는 너무나 의외였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의 장례식도 그랬다.

아랍 산유국 국왕들의 죽음에 대한 겸허한 정신과 상례의 단순함을 칭송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도 잇따랐다. 
제법 근사한 비교 설명까지 곁들였다. 
수니파의 장례와 시아파의 그것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전체 이슬람의 90%에 해당하는 수니파에서는 무덤을 꾸미거나 영묘 문화가 부재한데, 
시아파에서는 이맘이나 지도자의 죽음을 화려한 거대 묘당으로 기억하고 기념한다는

것이었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만 보면 얼핏 그런 측면이 있으나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슬람 영묘 건축물만 보더라도 인도의

타지마할과 후마윤 영묘, 우즈베키스탄의 사만조 이스마일 영묘와 티무르 영묘, 
이란 술타니예에 있는 일한 시대 울자이투 영묘, 파키스탄 서부의 50만 기에 달하는 
이슬람 묘지도시 막클리 등은 모두 수니파 유산이다. 
수니파 종주국인 오스만제국 시대에 지어진 이스탄불에 산재한 수십 개의 
거대한 영묘도 시아파와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웅장한 영묘 건축예술은 시아파 전통이라기보다는 페르시아나 중앙아시아 전통을 
이슬람이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이 근엄하고 원론적인 아라비아반도를 벗어나 비아랍권인 이란이나 중앙아시아로 
전파되면서 피정복지 문화였던 샤머니즘과 조상 숭배의식을 결합해 
독특한 영묘 문화가 꽃을 피웠다. 
그러면서도 이슬람 정신에 따라 두 가지 원칙만은 고수했다. 
우상숭배 금지 율법에 따라 고인을 형상화하지 않는다는 것과 
시신과 참배객을 직접 조우하지 않게 배려한 것이다. 
그래서 타지마할이나 티무르 영묘 등을 방문하면 진짜 관은 지하에 두고, 
방문객들은 지상에 공개된 가묘를 보고 가는 것이다.

 

 

   글 : 이희수

   -한양대학교 특훈교수